Bonne Idée 일상 독서 영화 기록

 

"디마, 그런 눈으로 날 보지 마. 게다가 너만 그런 생각인 줄 아니? 보통 다들 그렇게 생각해. 우린 신을 부정했어. 그렇지만 아직도 뭔가 신화적인 어떤 것을 붙잡지 않고는 스스로 설 수가 없어. 그러니 이제 스스로 서야만 해."

 

 

그러나 이 작품의 가치를 알레고리나 풍자에 국한시킬 경우 작품의 의미는 고정된 방향으로 좁혀지게 되고 작품 자체는 하나의 목적에 대한 수단이 되어버린다. 무릇 문학의 기능이란 현실을 복사, 기록하는 것이 아니고 현실을 '문학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리얼리즘을 가장 엄격히 준수한 소설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문학작품인 한 거기서 제시되는 것은 현실이 아니라 현실의 모델인 것이다. 엄밀히 말해 문학에 존재하는 것은 미메시스mimesis가 아니라 오로지 포에시스poesis일 뿐이다. 따라서 '세상이 끝날때까지 아직 10억 년'에서 우리가 탐구해야 하는 것은 바로 이 재구성된 현실이며, 이 소설이 내표하는 모든 풍자적 요소들도 이와같은 맥락 안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그런 식의 접근을 할 때에 비로소 이 소설이 제기하는 문제점들이 어떤 특정 사회의 범주를 넘어서 우리의 문제, 인간의 보편적인 문제들로 인식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