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ne Idée 일상 독서 영화 기록

 

 

 

오만과 편견은 읽은지 꽤 됐다. 중학생 때 읽었으니까 그게 도대체 몇 년 전인 건지... 그래도 BBC 드라마나 조 라이트 감독 영화도 챙겨본 나름 팬(?)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생각해보니까 오만과 편견 패러디 작품들도 많이 봤다. 적으면서 생각난 건데 오스틴 랜드, 브리짓 존슨의 일기, 오만과 편견 다시쓰기를 봤구나. 아니... 내 생각보다 오만과 편견을 더 좋아했었나?. 그래도 좀비나온다는 건 안 봤다.

작가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P. D. 제임스(이하 제임스) 책은 읽어 본 적이 없다. 사실 이번에 이 작가를 처음 알게 됐다. 알고보니 정말 유명한 추리작가시더라... 왜 몰랐을까 검색을 해보니 이유를 알게 되었다. 유명세에 비해 우리나라에 현재 유통 중인 책이 거의 없었다. 그나마 코딜리아 그레이 시리즈가 황금가지랑 아작에서 번역 출판한 것 같고. 달글리시 경감 시리즈는 아주 오래전에 일신과 동아일보에서 일판 중역으로 출간했지만 너무 오래전이라 다 절판인 상황으로 보인다. 찾아보니 도서관에도 없다... 흑흑 이럴 수가... 난 원서는 내 전공책밖에 못 본다고... 그리고 비싸단 말이야...

 

헌사에서 작가는 35년 간 함께한 비서에게 감사와 우정을 표하고 있는데, 이 책을 끝으로 작가가 2014년에 타계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많은 감정이 들게 한다. 또한 작가는 본편에 들어가기에 앞서 제인 오스틴에게 그가 사랑하는 책 속 인물을 이런 상황에 빠트린 것에 대한 사과를 밝힌다. 이 부분에서 제임스 작가가 제인 오스틴을 얼마나 존경하고 그의 글을 사랑하는지 느껴졌다. 나중에 알고보니 영향을 받은 작가로 제인오스틴과 크리스티를 뽑았다고 하더라.

 

책 내용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제인 오스틴을 거의 완벽에 가까운 수준으로 재현했다고 생각한다(물론 나만의 생각이다). 사실 그래서 작가가 유명한 추리소설가임에도 불구하고, 추리나 범죄스릴러같은 소설에서 기대할 법한 장르적인 재미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추리 소설을 이루는 요소들은 존재하긴 한다.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누군가 죽고, 유력한 용의자는 무죄를 주장하고, 용의자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알리바이가 있다고 주장한다. 아, 그리고 반전도 있다. 그렇지만 일반적인 추리소설에서 오는 문법이나 전개와는 완전히 다르다. 그걸 기대한 독자는 분명 실망할 것이다.

하지만 오만과 편견을 너무 사랑해서 등장 인물이 어떻게 이야기 다음을 살아갈지 궁금한 독자라면 만족할 거라고 생각한다. 책은 시대 고증뿐만 아니라 오스틴이 만들어낸 인물을 섬세하게 복원해냈다. 이 인물이라면 정말 이렇게 행동할 거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주연뿐만 아니라 조연 하나하나까지 말이다.

아 그리고 다아시를 좋아하던 독자라면 더 좋아할만한 장면들이 자주 나온다. 심하게 내향적인 성격이라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선 리지랑 둘만 있고싶어 한다던가, 리지가 한때는 위컴에게 좋은 감정을 가졌었다는 걸 혼자 상기하고 혼자 스트레스 받아한다던가, 근데 위컴만 그랬던 게 아니라 피츠윌리엄 대령이랑도 미묘한 기류가 있었고 대령이 자신이 차남이라는 사실을 핑계로 먼저 발을 빼버렸다는 사실에 혼자 또 꽂힌다던가 하는 부분들 말이다. 솔직히... 나도 읽다 좀 웃었다. 이렇게 현실감 있게 지질하다니, 그런데 정말 저렇게 생각할 법한 인물이라 신기했다.

 

아쉬웠던 부분은 아무래도 번역에선 부부 간 대화에서 존대/반말 부분이나, 작품 내에선 다아시 부인이 된 엘리자베스가 활약할 부분이 거의 없었다는 점 정도다. 아무래도 리지 베넷이던 시절과는 행동 반경이 너무 다르다보니... 펨벌리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 후 엘리자베스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냥... 다아시 부인으로서 존재했다. 다아시 부인으로서 초대 손님들에게 알아서 편지를 잘 써서 양해를 구하고, 사용인들을 보살피고, 묵묵히 다아시 곁을 지키는...ㅜ 그래서 너무 아쉬웠다. 시대를 생각하면 여기서 더 기대할 수 있는 게 없긴 하지만 그래도 원작의 주인공을 좋아했던 입장에선 씁쓸했다. 이 부분이 아쉬웠던 건 나뿐만이 아니었던지 BBC 드라마에선 각색으로 엘리자베스의 활약을 좀 더 키웠다던데 보질 않아서리

 

아무튼 나쁘지 않게 읽었고 읽고나서 후회는 없다. 지금 빌린 책 다 읽고 나면 아작에서 나온 작가의 다른 책을 읽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