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에서 싸게 산 콘사
판매자분이 글을 내려서 혼용률이 정확하게 기억 안 나지만 아마 캐시 울 혼방이었던 듯 하다. 인디 핑크라는 말에 덥썩 샀는데 실제로 받아보니 인디핑크는 절대 아니고 벽돌색도 아니고 갈색도 아니도 오묘하게 핑크빛이 도는 신기한 색이었다.

뭘 뜰까 하다가 차르르한 윤기가 맘에 들어 무한 메리야스 목도리를 뜨기로 했고 주말 내리 와인더 공장을 돌려 3합에 3미리 바늘로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실이 원체 얇아서 2미리 바늘이나 4합도 괜찮았을듯… 하지만 와인더 공장에 심신이 너덜너덜해진 나는 보고도 못 본 척….. 그냥 뜨기 시작했다.
도안은 Purl Soho의 숄 도안을 보고 했다. 솔직히 여기 도안 다 너무 예쁨……..
https://www.ravelry.com/patterns/library/elementary-wrap-in-simply-camel
Elementary Wrap in Simply Camel pattern by Purl Soho
MATERIALS
www.ravelry.com
정말 예쁨 특히 가장자리 마무리 방식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레이블리 프로젝트 리뷰 보면 이 도안이 내 뜨개의 기쁨을 앗아갔다 이런 얘기가 있는데 저도 정말 공감합니다… 진짜 너무x99 지루하다. 중간에 어떤 생각도 했냐면 그냥 도안 좀 수정해서 스틱으로 뜰까하는 생각도 했다.
숄은 편물 가로가 긴데 그걸 정리하면서 뜨는 것도 귀찮고 안뜨기도 재미 없고, 빨리 뜨고 싶어서 컨티로 뜨니까 안뜨기단 겉뜨기단 장력 차이 나는 것도 보기 싫고…
에휴 아무튼 손이 참 안 갔다 그래서 여즉 완성을 못 했겠지

그래도 편물 자체는 나쁘지 않다!!

광이 은은히 돌아서 개노답 손땀도 멀리서 보면 가지런히 차르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가 있다. 실도 엄청 부드러워서 얼굴에 닿았을 때 정말 포근하다.
근데 3미리 바늘로 이광수씨 키만큼 뜰 생각을 했다는게 참… 너무 더워서 실성했었나?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됨. 지금 재보니 꼴랑 30센치 떴다
이걸 누구 코에 붙이죠? 발싸개도 아니고
메리야스 목도리 유행도 다 지났고 뜬 것도 별로 없어서 그냥 과감하게 다른 걸 뜨기로 하고 도안 구경을 했다.
https://www.ravelry.com/patterns/library/hourglass-vest
hourglass vest pattern by morae knit
아란무늬가 매력적인 브이넥 단추조끼입니다.
www.ravelry.com
그래서 찾은 이 도안
무료에다가 무려 한글 도안이다.
바로 스와치ㄱㄱ


원작은 5미리 바늘인데 나는 4.5미리에 4합으로 진행
작아……………. 세로는 얼추 비슷한데 가로가 너무 작다……
게다가 4.5미리도 억지로 늘려서 떠 본거라 편물이 엄청 팔랑거린다

이대로 뜨면 시스루 조끼 될듯ㅋㅋ 하
지금은 세탁해서 말리고 있는데 솔직히 세탁한다고 저 실이 갑자기 차오를 거 같지도 않다. 그냥 구질구질한 내 미련이 스와치 세탁을 하게 만든 거지 볼 것도 없이 탈락임.
그리구 이런 도안은 좀 러스틱한 느낌의 실이 잘 어울려서 이 실을 몇 겹 더 합사한다고 해도 괜찮은 결과물이 나오긴 힘들듯 싶다. 뜬다면 다른 실로 떠야할 거 같고 심지어 생각해보니 이 도안에 어울리는 실이 집에 이미 있음. 왜 이런 생각은 일 다 끝나고 나서야 나는 걸까. 스와치 다 뜨고 나니 이성이 돌아온 걸까

이 초코 핑크 실의 쓰임새는…….. 언제쯤 찾을 수 있을지
+요즘은 또 베를린 스카프가 눈에 들어오는데 나만 그런게 아닌지 콘사 판매 사이트마다 굵은 모헤어가 다 품절이다ㅋㅋㅋ 사람 생각 다 똑같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