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ne Idée 일상 독서 영화 기록
울망울망한 해골 머핀과 지옥불 머랭 해문 출판사 표지에 대해 불호 의견이 많은 거 같은데 나는 마음에 든다!! 귀여움

 
결국... 읽었다.
여전히 교정, 교열이 엉망이었는데, 사실 번역본의 교정 교열을 따지기 이전에 원작 자체가 짜임새 있고 괜찮은 글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읽었다. 왜냐하면 연말이니까... 뇌빼고 뜨개질하면서 설렁설렁 읽을만한 게 필요했다. 요컨데 미란다나 프렌즈같은 시트콤말이다. 얼핏 보았을 때 이전 이야기에 종속되지 않는 독립적인 에피소드인 것같으면서도 사실 조금씩 이어지고 레귤러 등장인물들의 미묘한 관계변화가 있는 그런 이야기. 사실 이 시리즈를 미란다나 프렌즈에 비교하긴 어불성설이긴 한데... 에휴 아무튼 뭐 그렇다.
블루베리 머핀 살인사건은 유명 쉐프가 주인공 한나의 카페 저장실에서 살해당하면서 시작한다. 내용은 뭐... 딱히 할 말은 없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주인공이 머리를 안 쓰게 된 거같기도 하고? 등장인물 조형이 너무 전형적이고, 작품 말미에 가면 작가가 쓰고싶어한 장면을 위한 다소 억지스러운 전개가 펼쳐지는데 좀 당황스러웠다. 주인공의 남미새 수치가 점점 올라가는 권이기도 했다.
레몬 머렝 파이 살인사건도 시작하면서부터 범인을 거의 알려주는 거나 마찬가지여서...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그저 '사귀지는 않지만 데이트도 하고 그밖에 다른 할 것들도 다 하는 상태'를 셋이서 유지하는, 유교걸로 자란 나에게는 당황스러운 설정이 기억에 남았다. 지금 마을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는데 그러고 싶냐는 소리가 목끝까지 차오르는 이야기였다. 주인공은 본인 어머니를 자식 결혼에 집착하는 못말리는 꼰대 정도로 묘사하는데 내가보기엔 주인공이 본인 혼사를 가장 신경쓰고 있고 누구보다 마을에 드나드는 젊은 미혼 남자들에게 집착하는 사람이다; 가장 별로인 점은 누가봐도 자신보다 아름답고 젊은 여자는 어떤 짓을 해도(대놓고 불륜을 하는 등의 보통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일이 대부분) 찍소리도 못 내면서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중년 이상 여성이거나 본인이 생각하기에 자기보다 안 예쁜 여자는 머리부터 발 끝까지 재단하고 평가하고 비웃고 비난하질 못 해서 안달이 났다는 부분인데... 주인공이지만 사람 봐가면서 본인의 '솔직함'을 뽐내는 게 정말 정떨어진다~ 하하하 작가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인물 조형을 이렇게 한 건지 모르겠다. 사실 뭐 그렇게 큰 고민을 하고 조형한 인물같진 않다. 그냥 작가 본인의 어떤 면을 떼어다가 만든 수준으로 보이긴 함.
이런 리뷰를 쓰면서도 사실 5권을 읽고 있다. 주인공을 비롯한 등장인물 모두 정이 가지 않으며 이들의 미래는 전혀 궁금하지 않지만(근데 이런식으로 사람이 죽어나가는 마을이 유지 가능한지는 궁금함) 그냥 읽게 된다. 일일드라마같은 걸까... 동생도 연말을 기념해 임 모 작가의 드라마를 화이트 노이즈로 틀어놓고 있던데 우리집 유전자에 지능이 떨어지는 느낌을 편안하게 느끼는 유전자라도 있는 걸까...
이 이상 안 좋은 말은 쓰기 싫으니 이만 줄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