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ne Idée 일상 독서 영화 기록



“그녀가 누구를 선택할까요?”
더못 크래독이 물었다.
“모르시겠어요?”
마플 양이 물었다.
“아뇨, 전 모르겠는데요. 부인은 아시겠습니까?”
“오, 그럼요. 난 알 것 같아요.”
마플 양이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그를 향해 두 눈을 반짝였다.

“그거 알아요?
세드릭이 핀잔을 주듯 말했다.
“모든 사람이 당신과 결혼하고 싶어 한다고 착각하지 마십쇼. 당신은 꽤 예쁘긴 하지만 그 정도로 미인은 아니란 말이오. 그런 걸 두고 뭐라고 말하는지 당신도 알죠? 솔직히 만약 내가 결혼을 한다면 당신은 이 세상에서 내가 결혼을 고려할 마지막 여자라고요. 마지막 여자!”
“그런가요? 그렇게 강조해서 거듭 말할 필요는 없어요. 아니면 내가 계모가 되는 편이 더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그건 또 무슨 소립니까?”
세드릭은 멍청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들었잖아요.”
루시는 이렇게 말하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그는 아내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그는 아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사실 평소에 그는 앨리스에 대해 별로 궁금증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녀의 부드러운 눈빛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그녀의 눈동자는 마치 텅 빈 집의 창문같았다. 앨리스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나에 대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을까? 한 번이라도 나를 사랑한 적이 있을까? 해럴드는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라면, 그녀는 단지 그가 시티에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고 자신의 가난한 처지에 실증이 나서 결혼을 한 것 뿐일까? 글쎄, 어쨌든 그녀는 자가용과 런던의 집이 있고, 기분이 내키면 해외여행을 가거나 비싼 옷을 사 입을 수도 있따. 물론 그 옷들이 앨리스에게는 결코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을 차치하고 말이다. 그렇다. 전체적으로 볼 때 그녀는 나름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 해럴드는 앨리스 자신도 그렇게 생각할지 궁금했다. 물론 그녀는 그를 진심으로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그 또한 그녀를 진심으로 좋아하지 않기는 매한가지였다. 그들은 공통점도 없고, 공통의 관심사도 없었으며, 함께 나눌 공통의 추억거리도 없었다. 만일 아이들이라도 있었다면.... 하지만 둘 사이에는 자식도 없었다.


1.
몰아치는 논문과 발표와 과제틈에서 사흘 동안 열심히 짬을 내어 겨우 다 읽었다.
리뷰에 죄다 삼각관계가 언급됐길래 긴장하면서 읽었다. 도대체 누가 누구랑 된다는 건지 감도 잡히지 않았기 때문에... 0시를 향하여같은 결말이 나올까봐 얼마나 조마조마 했는지 모른다. 난 당연히 사람들이 열광했던 삼각관계가 엠마-의사-경찰이라고 믿어서 후반부에 좀 놀랐음. 왜냐면 여태 읽었더 여사님 작품들 진주인공들은 죄다 엠마같은 느낌의 정숙, 부덕, 신실, 외유내강 형 여성이었기 때문이다(0시를 향하여도 그랬고). 게다가 나오는 남자들마다 엠마를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는통에 ‘그래... 알았어 알았다고;;;’ 상태가 되어서... 크리스타 여사가 등장인물 입을 빌려 이런 여성상을 칭찬한다고 착각까지 했었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내 예상은 완전히 틀렸고(반만 맞았다).여사님는 크래독과 루시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럴 수가? 내심 크래독을 밀고 있으면서도 크래독이 너무 전형적인 서브남롤이었기에(그리고 애초에 루시랑은 생각도 안함) 매우 놀랐으며...매우 좋았다!

2.
책 내용은 뭐 전형적이었다. 여태까지 열심히 수사하고 추리했던 내용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어버리고, 데우스 엑스 마키나 미스 마플이 순간의 기지를 활용해 단숨에 범인을 지목한다. 덕분에 중~후반부까지 몰아치던 군상극의 결말이 꽤나 시시해졌다. 그래도 수작임은 분명.

3.
짜증나고, 비위상하고, 역겨운 노인네 묘사가 얼마나 현실적인지 읽는 내내 괴로웠다... 루시한테 들이대는 장면은 정말 책을 찢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현실감 있었다. 이 더러운 노인네도 죽었어야 했는데....
사실 난 범인이 노인네 아니면 엠마라고 생각했다. 주변 사람들이 엠마에 대해 말할 때마다, ‘속을 알 수 없는’이라는 표현이 꼭 들어가길래.... ‘아 그럼 엠마는 외유내싸패구나!’하고 혼자 좋아했었다. 그리고 내 추리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내가 그렇지 뭐~.

4.
해럴드는 짧지만 마음에 드는 인물이었다. 자기입으로는 아내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적어도 과거에는 사랑했고 지금도 애정은 조금이나마 남아있는 상태인듯. 사업 망하니까 가뜩이나 예민한 성정이 더 지랄맞아진 것 뿐이지... 암튼 안타깝긴 했다. 남편이 죽으면서 빚도 아내가 떠맡았을 텐데.

5.
세드릭 좀 짜증나는데 괜찮아서... 자존심 상했다. 그래도 루시가 얘를 선택하진 않아서 다행이야. 진짜 얘는... 얘는 아님. 안 된다.

6.
의사영감탱... 감옥에서 유병장수하길^_^ 취가하려던 좆뱀쉑... 그마저도 다 늙어서 멜팅 그 자체인 주제에 어딜 넘보는 건지^^...